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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음은 계산만으로는 포착되기 어려운가

📑 목차

    ― 판단을 수식으로 바꾸려는 시도의 구조적 한계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많은 판단을 계산 가능한 형태로 바꾸고 있다. 점수, 지표, 확률, 위험도, 효율성 같은 수치는 판단을 빠르고 일관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계산은 정책 결정, 법 집행, 의료 판단, 기술 시스템 전반에 활용되며, 판단의 객관성을 보장하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과연 ‘옳음’은 계산될 수 있는가.

    이 글은 판단이 구조와 규칙으로 이전된 이후에도, 왜 옳음에 대한 확신이 자동으로 생성되지 않는지를 언어와 사고 구조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영어 기반 판단 체계가 계산에는 강하지만, 옳음의 문제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리스크와 윤리의 균형
    리스크와 윤리의 균형

    1. 계산은 판단을 빠르게 만들지만, 옳음은 계산만으로는 완전히 포착되기 어렵다

    계산 가능한 판단의 가장 큰 장점은 일관성이다. 동일한 입력에는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며, 개인의 감정이나 상황에 따른 편차를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계산은 공정함과 중립성을 상징하는 도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계산은 언제나 전제를 필요로 한다. 무엇을 변수로 삼을 것인가, 어떤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가, 어떤 요소를 배제할 것인가는 이미 판단을 포함한 선택이다. 계산은 이 선택 이후의 과정을 자동화할 뿐, 선택 자체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계산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결과가 곧바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영어는 옳음을 ‘결과’가 아니라 ‘절차’로 다룬다

    영어는 옳음을 하나의 상태나 실체로 고정하지 않는다. 대신 옳음은 특정 조건과 절차를 통과한 결과로 제시된다.
    “If the conditions are met, the decision is justified.”
    이 문장에서 옳음은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조건 충족 여부에 의해 간접적으로 판단된다.

    이 구조는 판단을 검증 가능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옳음을 상대화한다. 조건이 바뀌면 옳음도 바뀔 수 있으며, 새로운 정보가 등장하면 기존 판단은 언제든 재검토된다. 영어는 옳음을 절대적인 값으로 계산하지 않고, 현재 조건에서 가장 합리적인 결과로만 제시한다.

    3. 옳음에는 항상 계산되지 않는 요소가 남는다

    윤리적 판단에서 사람들은 종종 계산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규칙은 지켜졌고 절차는 합리적이었지만, 결과가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때 등장하는 불편함은 계산의 오류 때문이 아니라, 계산이 다루지 못한 요소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의도, 관계, 맥락, 책임의 무게는 수치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다. 영어 조건문과 계산 구조는 이러한 요소를 예외나 부가 설명으로 처리하지만, 윤리적 판단에서 이 요소들은 핵심에 가깝다. 옳음이 계산되지 않는 이유는, 옳음이 언제나 관계 속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4. 계산 가능한 판단과 도덕적 납득의 간극

    계산은 판단을 실행하지만, 사람을 설득하지는 않는다.
    어떤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도, 그 결정을 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는다. 이 간극에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도덕적 납득이다.

    도덕적 납득은 계산 결과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그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동의에 가깝다. 이 동의는 수식이나 조건문으로 강제될 수 없다. 영어 기반 시스템은 설명에는 강하지만, 납득을 자동으로 생성하지는 않는다. 옳음은 계산을 통과한 뒤에도 여전히 인간의 판단을 요구한다.

    5. 옳음은 값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옳음을 하나의 값처럼 계산하려는 시도는 매력적이지만,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진다. 옳음은 “얼마나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 판단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이 질문은 언제나 현재의 조건과 미래의 책임을 함께 고려하게 만든다.

    영어는 이 질문을 닫지 않는다. 결론은 제시되지만, 항상 재검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영어 기반 판단 체계는 완결된 옳음을 제공하지 않지만, 대신 지속적인 수정과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6. 계산 이후에 남는 인간의 역할

    옳음이 계산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이다. 시스템은 판단을 빠르고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지만, 그 판단을 도덕적으로 승인할지는 인간이 결정한다. 이 승인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모호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동화되지 않는다.

    옳음은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판단 이후에 다시 제기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주체는 아직 인간뿐이다.

     

    이 글은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판단은 구조로 이전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다음 글에서는
    '판단은 구조로 이전되었지만, 죄책감은 남아 있는 이유'를 주제로,
    계산과 규칙을 통과한 이후에도 인간에게 남는 감정과 책임의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