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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의 조건문이 ‘동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유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영어가 판단을 문장 구조로 외부화하고, 조건·전제·결과를 통해 사고를 정렬해 왔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구조는 지식을 기술로 전환하고, 판단을 반복 가능하게 만들며, 제도와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판단은 구조화되었지만, 왜 인간은 여전히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규칙이 충분히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왜 설득은 언제나 실패할 가능성을 내포하는가.
이 글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규칙과 설득이 언어적으로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그리고 왜 영어의 조건문 구조가 판단은 만들 수 있어도 동의까지 자동화하지는 못하는지를 분석한다.

1. 규칙은 작동하지만, 설득은 발생하지 않는다
규칙은 특정 조건에서 특정 결과를 도출한다.
“If X, then Y.”라는 구조는 판단을 개인의 직관에서 분리하여, 누구나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절차로 만든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규칙이 옳은가가 아니라, 일관되게 작동하는가이다. 규칙은 실행 가능성의 언어다.
그러나 설득은 전혀 다른 차원의 행위다. 설득은 상대가 판단의 결과를 이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판단을 받아들일 이유를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조건의 명확성뿐 아니라, 맥락, 가치, 경험, 감정이 함께 개입한다. 규칙은 결과를 제시할 수 있지만, 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까지는 보장하지 않는다.
2. 영어 조건문의 강점과 한계
영어는 조건문에 매우 강한 언어다.
전제는 명시되고, 결과는 분리되며, 논리적 연결은 표면적으로 드러난다. 이 구조 덕분에 영어는 법, 과학, 기술, 행정 영역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판단은 문장으로 고정되었고, 개인의 감정이나 직관에 덜 의존하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이 구조적 강점이 설득의 한계로 전환된다. 조건문은 판단을 비인격화한다. 판단이 누구의 경험에서 나왔는지, 어떤 가치 선택을 포함하고 있는지는 문장 구조 안에서 삭제된다. 판단은 중립적 절차처럼 제시되지만, 그 절차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3. 동의는 조건이 아니라 관계에서 발생한다
규칙은 조건을 다루지만, 설득은 관계를 다룬다.
사람이 어떤 판단에 동의하는 이유는, 그 판단이 논리적으로 타당해서만은 아니다. 판단을 제시한 주체에 대한 신뢰,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한 이해, 그 판단이 자신의 가치 체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영어의 조건문은 이러한 관계적 요소를 최소화한다. 이는 시스템 운영에는 유리하지만, 인간의 동의를 끌어내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를 만든다. 규칙은 “이렇게 된다”를 말할 수는 있어도, “그래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감각까지는 생성하지 못한다.
4. 규칙이 강해질수록 불복반응이 발생하는 이유
현대 사회에서 규칙과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더 많은 불복과 저항을 드러낸다. 이는 규칙이 불합리해서만이 아니다. 규칙이 설득을 대체하려고 할 때, 인간은 그 판단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 기반 시스템은 판단을 효율적으로 실행하지만, 동의의 과정을 생략한다. 이때 판단은 작동하지만, 설득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결과를 따르면서도, 그 결과를 자신의 선택으로 느끼지 않는다. 이 간극이 누적될 때, 규칙은 더 이상 신뢰의 기반이 아니라 강제의 장치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5. 설득이 자동화되지 않는 구조적 이유
설득은 판단의 정확성보다 의미의 공유에 가까운 행위다.
의미의 공유는 조건문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가 왜 이 판단이 필요한지를 자신의 언어와 경험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이 과정은 느리고, 불확실하며, 반복 가능하지 않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설득은 기술이 되기 어렵다. 규칙은 자동화될 수 있지만, 설득은 자동화되지 않는다. 영어는 판단을 구조화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설득까지 구조화하지는 않았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언어가 넘을 수 없는 경계에 가깝다.
6. 판단 이후에 남는 인간의 역할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규칙은 인간을 대신해 판단을 실행할 수는 있지만, 동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판단이 문장 구조로 이전된 이후에도, 인간은 여전히 설득의 주체로 남는다. 누군가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맥락을 연결하며, 판단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은 규칙 바깥에 존재한다. 이 영역은 느리고 비효율적이지만, 인간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층위다.
7. 다음 단계의 질문
이 글은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만약 설득이 자동화될 수 없다면,
그렇다면 도덕 판단은 어디에 속하는가.
그리고 왜 윤리는 끝내 규칙이 되지 못하는가.
다음 글에서는
'윤리는 왜 규칙이 될 수 없는가 ― 영어의 조건문이 도덕을 다루지 못하는 이유'를 주제로,
규칙화 가능한 판단과 규칙화 불가능한 판단의 경계를 본격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본 글은 영어 문장 구조, 판단 체계, 평가 시스템에 대한 정보성 분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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