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57)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은 왜 기술이 되지 못하는가- 언어, 정의, 그리고 지식이 시스템이 되는 조건 앞선 글들이 영어의 구조가 AI와 프로그래밍 언어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 글은 그 구조가 기술로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언어적 조건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인간 사회에서 지식이 기술로 전환되는 순간은 언제나 언어적 사건과 맞물려 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기술이 되지는 않으며, 어떤 통찰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으로 재현 가능한 형태로 확장되는 것도 아니다. 기술이 된다는 것은 반복 가능하고, 전달 가능하며, 수정 가능하고, 표준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조건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하나의 공통 요소가 자리한다. 바로 정의다. 정의할 수 없는 개념은 사유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시스템의 구성 요소가 되기는 어렵다. 영어가 기술과 과.. 프로그래밍 언어는 왜 영어처럼 생겼는가- 명령, 조건, 정의 문장이 사고를 자동화한 계보 앞선 글에서 영어가 사고 구조를 어떻게 표준화했는지를 살펴보았다면, 이 글에서는 그 구조가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형태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다룬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영어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단순한 관습이나 역사적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사고를 외부로 이전하고, 그 사고를 반복 가능하고 자동화 가능한 형태로 고정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선택된 구조의 결과다. 오늘날 사용되는 거의 모든 주요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 어휘를 차용하고 있으며, 그 문장 구조 또한 영어의 명령문, 조건문, 정의문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형태를 취한다. 이는 개발자들이 영어에 익숙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영어가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 사고를 절차와 규칙, 조건의 형태로 조직해 온 언어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AI는 언어를 이해하는가, 아니면 영어의 구조를 처리하는가- 의미 이해라는 착각과 구조 처리라는 현실 인공지능이 언어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말하는 ‘이해’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AI가 질문에 답하고, 문맥을 파악하며, 복잡한 설명을 생성하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의미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인식은 인간 언어 이해의 본질과 기계 언어 처리의 본질을 구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착각에 가깝다. 인간에게 이해란 세계와의 경험, 신체적 감각, 사회적 맥락, 의도와 책임이 결합된 인지 활동이지만, 기계에게 이해란 그러한 경험의 재현이 아니라 구조의 조작이다. 이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우리는 AI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잘못 해석하게 된다. 인간의 언어 이해는 언제나 세계와 얽혀 있다. 인간은 단어를 들을 때 그 단어가 지시하는.. 영어 이후의 언어는 무엇을 계승하는가- 미래 언어는 영어를 대체하는가, 아니면 구조를 복제하는가 영어가 세계 언어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를 단순히 제국주의, 식민지 역사, 경제력, 군사력 같은 외부 요인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언어 자체가 가진 구조적 힘을 과소평가하는 접근이다. 물론 역사적 조건은 중요했지만, 영어가 한 번 세계 언어의 자리를 차지한 이후에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영어가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지식을 조직하고 사고를 운용하는 하나의 기술적 구조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영어는 특정 민족의 언어를 넘어, 사고를 표준화하고 개념을 이동시키며, 추론을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영어 이후의 언어는 과연 영어를 대체하는 새로운 자연언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영어가 만들어낸 구조를 계승하는 다른 형태의 언어적 시스템.. 게르만어에서 출발한 보류·추론·잠정성의 언어 구조 영어는 왜 단정적인 언어가 되지 않았는가영어 문장을 읽을 때 많은 학습자와 독자들은 공통된 인상을 받는다. 핵심이 쉽게 드러나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결론이 문장이나 글의 마지막에 가서야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영어는 “이것이 옳다”라는 판단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어떤 조건이 전제되었는지, 어떤 가능성이 고려되었는지, 어떤 추론 경로를 거쳤는지를 차례로 제시한 뒤에야 제한적인 결론에 도달한다.이러한 특징은 단순한 문체적 취향이나 개인적 말버릇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가 결론을 늦추는 언어가 된 것은 언어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며,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역사적 선택의 결과다. 영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굴절을 잃고, 어순을 중심으로 의미를 조직하는 언어로 변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영.. 영어는 왜 책임을 문장 전체에 분산시키는가? - 주어, 조동사, 조건이 만들어낸 현대적 책임 구조영어는 ‘누가 했는가’보다 ‘어떻게 성립했는가’를 먼저 배치한다영어 문장을 읽다 보면, 책임이 한 사람의 이름에 즉시 붙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다. 사건을 말하면서도 행위자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사건이 발생한 조건과 가능성, 제도적 맥락을 먼저 늘어놓는다. 영어가 마치 책임을 희석하는 듯 보이는 이유는 여기서 나온다. 하지만 이 현상은 윤리적 관용이나 문화적 기질 같은 인상비평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영어의 책임 분산은 문체가 아니라 구조이며, 구조는 언어사의 산물이다.게르만어에서 출발한 영어는 굴절을 잃으며 ‘단어 내부에 귀속을 저장하는 방식’을 포기했다. 주격·대격·여격 같은 형태적 표지가 약해지자, 책임은 더 이상 어미에 붙는 정보가 아.. 영어는 어떻게 세계를 시뮬레이션하는 언어가 되었는가 - 조건절의 중첩과 가설적 사고 구조의 탄생조건절이 중첩되는 순간, 영어는 ‘서술’에서 ‘모델링’으로 이동한다영어의 if-조건절은 흔히 “가정”을 표현하는 문법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조건절이 미래를 다루는 방식은 단순한 가정 표현을 훨씬 넘어선다. 단일 조건절은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장치에 가깝다. 하지만 조건절이 연쇄적으로 연결되고, 서로를 제한하고, 예외를 추가하고, 대안을 분기시키기 시작하면 영어 문장은 사건을 기술하는 도구를 넘어선다. 그 순간 영어는 현실을 단일한 서사로 정리하는 언어가 아니라, 가능한 세계들을 동시에 펼쳐 놓고 그중 어떤 경로가 성립하는지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장치로 기능한다.이때 영어는 시간을 단순히 “앞으로 흐르는 선”으로 다루지 않는다. 영어는 미래를 “시간”이 아니라 .. 영어 논증 구조가 반대 의견을 흡수하는 방식 - 이견, 조건, 반론이 왜 영어 사고를 더 안정적으로 만드는가영어 논증은 왜 반대 의견을 제거하지 않는가영어로 쓰인 학술 글이나 법률 문서, 정책 보고서를 읽다 보면 한 가지 공통된 인상을 받게 된다. 주장은 언제나 조심스럽게 제시되며, 그 주장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반대 해석의 여지, 적용이 제한되는 조건이 함께 등장한다. 영어 논증은 결론을 밀어붙이지 않는다. 대신 그 결론이 흔들릴 수 있는 지점을 문장 내부에 미리 배치한다.이러한 방식은 흔히 ‘소극적’이거나 ‘우회적’인 태도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영어 논증은 반대 의견을 피하는 언어가 아니다. 오히려 영어 논증의 핵심 특징은 반대 의견을 외부의 위협으로 두지 않고, 논증 구조 내부로 끌어들여 관리한다는 데 있다. 영어에서.. 영어는 왜 ‘가설을 쌓는 언어’가 되었는가 - 확정이 아니라 가능성을 관리하는 문장 구조의 탄생 영어는 답을 말하기보다 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영어가 세계 언어사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게 된 이유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선언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오히려 영어의 핵심 특성은 어떤 판단이 옳다고 말하기 전에, 그 판단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과 경로를 문장 내부에 단계적으로 배치하는 데 있다. 영어 문장은 결론을 던지는 대신, 결론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가정과 가능성의 층위를 함께 제시한다. 이로 인해 판단은 하나의 문장이 아니라, 문장 전체 구조가 만들어 내는 결과로 나타난다.이러한 특성은 화자의 성향이나 문화적 태도의 산물이 아니다. 영어가 가설을 쌓는 언어가 된 것은 구조적 선택의 결과이며, 그 선택은 영어가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조직하고 책.. 영어 조건절 사고가 미래를 다루는 방식 - 가정, 시나리오, 가능성이 문장 구조가 되다영어의 미래는 시제보다 조건으로 굴러간다영어가 미래를 표현하는 방식은 흔히 will 같은 형태를 중심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 영어의 미래 인식은 시제 체계의 완성도보다 훨씬 깊은 층위에서 작동한다. 영어가 미래를 다루는 핵심은 미래를 이미 정해진 시간 영역으로 취급하느냐, 아니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문장 내부에 끌어들여 구조화하느냐에 있다. 미래를 말한다는 것은 사실을 말하는 일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어떻게 안전하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다.많은 언어에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 혹은 운명처럼 정해진 흐름으로 상정되기 쉽다. 이때 미래 발화는 예언, 소망, 두려움 같은 감정적 형식으로 나타나며, 미래는 언어 밖의 거대한 힘처럼 놓인다. 반면 영어에서.. 이전 1 ··· 5 6 7 8 9 10 11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