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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의 역사와 영어교육 시리즈 2
영어를 배울 때 많은 학습자가 가장 먼저 부담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불규칙 동사이다. 일반적인 과거형은 play-played, work-worked, talk-talked처럼 동사 뒤에 -ed를 붙이면 된다. 그런데 go-went-gone, sing-sang-sung, write-wrote-written, take-took-taken, bring-brought-brought처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하는 동사들이 나타나면 학습자는 영어가 갑자기 예외투성이 언어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는 규칙을 배웠는데 곧바로 규칙을 벗어나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규칙 동사는 보통 “그냥 외워야 하는 것”으로 다루어진다. 물론 실제 학습에서는 암기가 필요하고 자주 쓰이는 불규칙 동사는 반복해서 익혀야 하며 말하기와 쓰기에서 자동으로 나올 수 있을 만큼 연습해야 한다. 하지만 불규칙 동사를 단순한 예외 목록으로만 보면 영어의 역사적 구조가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 이유는 지금 보기에는 불규칙해 보이는 많은 동사들이 과거에는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글 「영어는 왜 프랑스어가 아니라 독일어에 가까운 언어인가 — 영어의 역사와 영어교육 시리즈 1」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어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같은 로맨스어가 아니라 독일어·네덜란드어와 가까운 게르만어 계열의 언어이다. 이 사실은 영어 동사의 과거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시 되며 영어의 규칙동사와 불규칙동사는 단순히 현대 영어의 편의적 구분이 아니라 게르만어의 오래된 약변화와 강변화의 흔적을 이어받은 결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어 불규칙 동사는 정말 아무 규칙도 없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 학습자에게는 불규칙해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완전히 무질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규칙 동사는 영어가 오래된 게르만어적 성격을 아직도 보존하고 있다는 증거가 보인다. 우리가 외워야 할 예외처럼 느끼는 형태들 안에는 영어의 과거가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규칙동사는 왜 -ed를 붙이는가
현대 영어에서 가장 일반적인 과거형은 -ed를 붙이는 방식이다. play는 played, clean은 cleaned, look은 looked, want는 wanted가 된다. 이 방식은 오늘날 영어에서 가장 생산적인 과거형 형성 방법으로 새로 생긴 동사도 대체로 이 방식에 따라 과거형을 만든다. 예를 들어 email이라는 동사가 생기면 과거형은 emailed가 되고 Google을 동사처럼 쓰면 googled가 된다. 새로운 동사는 보통 go-went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ed 과거형은 영어가 게르만어라는 사실과 연결된다. 게르만어 계열 언어에는 과거형을 만들 때 치음계열의 어미를 붙이는 방식이 있다. 치음은 혀끝이 이 근처에서 나는 소리와 관련한 것으로 영어의 -d, -t 소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 영어의 walked, played, seemed, talked 같은 과거형은 이런 치음 어미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 방식으로 과거형을 만드는 동사를 역사적으로는 약변화 동사라고 부른다. 여기서 “약하다”는 말은 의미가 약하거나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강변화동사처럼 어근 내부의 모음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라 바깥에 어미를 붙여 과거형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즉, 약변화 동사는 동사의 중심부를 크게 바꾸지 않고 뒤에 특정한 표지를 붙여 과거를 표시한다.
현대 영어의 규칙동사는 바로 이 약변화 동사의 후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규칙동사는 사실 매우 오래된 방식으로 현대 학습자에게는 -ed를 붙이는 것이 가장 단순하고 규칙적인 방법처럼 보이지만 이 방식은 영어가 게르만어로 출발한 시기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구조이임을 알 수 있다. 규칙동사는 갑자기 만들어진 편리한 규칙이 아니라, 영어사의 중심을 이루는 오래된 패턴이다.
불규칙동사는 왜 모음이 바뀌는가
반면 sing-sang-sung, drink-drank-drunk, drive-drove-driven, write-wrote-written처럼 과거형과 과거분사를 만들 때 동사 내부의 모음이 바뀌는 동사들이 있다. 이런 동사들은 현대 영어에서 불규칙 동사로 분류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들은 강변화 동사와 연결된다. 강변화 동사는 동사의 어근 내부에 있는 모음을 바꾸어 시제나 형태의 차이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sing-sang-sung을 보면 i-a-u처럼 모음이 달라진다. drink-drank-drunk도 비슷하다. begin-began-begun도 같은 유형에 속한다. 이런 변화는 게르만어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모음 교체 방식의 흔적으로 영어 학습자는 이것을 단순히 “불규칙”이라고 부르지만 역사적으로는 강변화라는 별도의 체계 안에 있던 동사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불규칙 동사는 사실 “규칙이 없는 동사”가 아니라 “현대 영어의 일반 규칙인 -ed 방식과 다른 오래된 규칙을 보존한 동사”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현대 영어에서 그 오래된 체계가 더 이상 새 동사를 활발하게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습자에게는 예외처럼 보인다.
불규칙 동사를 모두 하나의 목록으로만 외우게 하면 학습자는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sing-sang-sung, drink-drank-drunk, begin-began-begun처럼 비슷한 패턴을 가진 동사를 묶어서 보면 기억이 쉬워지고 불규칙 동사 안에도 소리와 형태의 가족이 역사적 관점이 보여진다.
왜 어떤 동사는 규칙화되고 어떤 동사는 남았는가
영어의 역사 속에서 많은 동사들은 점차 규칙동사처럼 변했다. 과거에는 강변화나 다른 방식으로 변하던 단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ed를 붙이는 방식으로 바뀐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인 패턴을 기준으로 다른 단어도 비슷하게 맞추어 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현대 영어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동사는 거의 모두 -ed 과거형을 따른다. 이는 -ed 방식이 영어에서 가장 강력한 일반 패턴이 되었기 때문에 어떤 동사가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외래어가 영어에 들어오면,영어 사용자들은 대체로 그 동사에 -ed를 붙여 과거형을 만든다.
그렇다면 왜 go, be, have, do, make, take, come, see 같은 동사들은 여전히 불규칙한 형태를 유지할까?
사람들이 매우 자주 쓰는 단어는 형태를 계속 기억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오래된 형태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반대로 사용 빈도가 낮은 단어는 일반 규칙에 맞추어 바뀌기 쉬어 자주 쓰이는 단어일수록 역사적 흔적을 더 오래 보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불규칙 동사는 예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영어에서 매우 자주 쓰이는 핵심 동사가 많이 존재한다. go, come, make, take, get, give, see, know, think, write, speak 같은 동사는 일상 영어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불규칙 동사를 학습하는 일은 예외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영어의 핵심 동사 체계를 익히는 일이다.
명사의 복수형도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불규칙성은 동사에만 나타나지 않고 명사의 복수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난다. 대부분의 명사는 cat-cats, doctor-doctors, house-houses, tree-trees처럼 -(e)s를 붙여 복수형을 만든다. 이 방식은 현대 영어에서 일반적인 복수형 규칙이다. 그러나 child-children, ox-oxen, man-men, foot-feet, tooth-teeth, mouse-mice처럼 다른 방식으로 변하는 명사들도 있다.
이런 명사들도 단순한 예외로만 볼 수 없으며 영어의 역사를 보면 명사 변화에도 여러 유형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명사들이 -(e)s 복수형으로 정리되었다. 즉, 오늘날의 일반 복수형은 과거의 여러 변화 방식 중 하나가 점차 대표 형태가 된 결과이다.
child-children이나 ox-oxen에서 보이는 -en 복수형은 현대 영어에서는 매우 제한적으로 남아 있지만 이것은 과거 영어의 복수형 체계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음을 보여준다. man-men, foot-feet, tooth-teeth처럼 모음이 바뀌는 복수형도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는 불규칙 복수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영어 안에 존재했던 오래된 변화 방식의 흔적이다.
이런 예를 함께 보면 영어의 “불규칙”이라는 말은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현대 영어의 기준에서 보면 불규칙적이지만 역사적 흔적으로 규칙성은 무질서가 아니라 잔존이다. 영어는 과거의 여러 체계를 완전히 지우지 않고 일부를 현재까지 남겨 두었다. 그래서 영어는 단순하지 않지만 그만큼 역사적 깊이를 가지고 있는 언어가 되었다.
-t 과거형은 정말 예외일까
영어에는 -ed 대신 -t로 끝나는 과거형도 많다. learn-learnt, burn-burnt, spell-spelt, feel-felt, sleep-slept, keep-kept, lose-lost, send-sent, build-built, spend-spent, lend-lent 같은 형태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에 따라 learned와 learnt처럼 둘 다 쓰이는 경우도 있고 felt나 slept처럼 -t 형태가 고정된 경우도 있다.
이런 동사들은 학습자에게 또 다른 예외처럼 보일 수 있다. 왜 어떤 동사는 -ed를 붙이고 어떤 동사는 -t로 끝나는가? 그러나 이것도 영어의 치음 과거형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d와 -t는 모두 치음 계열의 소리이며,과거형을 표시하는 기능을 한다. 현대 영어에서 철자와 발음의 변화가 겹치면서 어떤 동사는 -ed로, 어떤 동사는 -t로 굳어졌다.
특히 feel-felt, sleep-slept, keep-kept 같은 동사들은 단순히 어미만 붙은 것이 아니라 내부 모음도 함께 바뀐다. 그래서 불규칙해 보이지만 이들도 완전히 무작위로 변한 것은 아니고 비슷한 소리 환경과 역사적 변화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학습자가 이런 동사들을 따로따로 외우기보다 그룹으로 묶어 보면 훨씬 이해하기 수울 것이다.
영어교육에서는 felt, dealt, meant, sent, lent, spent, built 같은 단어들을 하나의 작은 묶음으로 제시하면 학습자는 “또 다른 예외”가 아니라 “비슷한 역사적 패턴”으로 받아들여 기억하는데 있어 훨씬 수월할 수 있다.
불규칙 동사는 왜 영어의 오래된 층위를 보여주는가
영어의 불규칙 동사는 영어의 오래된 층위를 보여준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화되는 경향도 있고 새로운 규칙이 생기는 경향도 있다. 어떤 단어는 새로운 체계에 맞추어 변하고 또 어떤 단어는 오래된 형태를 유지하고 한 언어 안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이 함께 남는다.
영어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한 층위가 매우 뚜렷하게 보인다는 점으로 기본 동사와 명사에는 고대영어와 게르만어적 흔적이 남아 있고 법률·정치·음식·귀족 문화에는 프랑스어 차용어가 들어 있으, 학문과 과학에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계열 단어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영어는 하나의 언어이면서 여러 역사가 겹친 언어이다.
불규칙 동사는 이 중에서도 영어의 가장 깊은 층위에 속한다. go, come, see, take, give, write, speak, sing, drink 같은 동사들은 영어의 일상적 핵심을 이루며 오래된 변화 방식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어 학습자는 이 동사들을 외우면서 단지 시험용 표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가 어떤 언어적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접하게 된다.
이 관점은 불규칙 동사는 영어가 비합리적이라는 증거가 아니라 영어가 긴 시간 동안 변화해 왔다는 증거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규칙동사는 현재 영어의 강한 일반화 경향을 보여주고 불규칙동사는 과거 영어의 오래된 체계를 보여준다. 둘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의 서로 다른 역사적 층위를 함께 구성한다.
영어교육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불규칙 동사를 가르칠 때 가장 흔한 방식은 표로 제시하고 외우게 하는 것이다. 동사 원형, 과거형, 과거분사를 세 칸으로 나누고, 학생이 반복해서 암기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 영어 사용에서는 형태가 바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반복 암기는 피할 수 없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학습자가 불규칙 동사를 의미 있게 이해하기 어렵다.
더 좋은 방법은 패턴을 보여주는 것으로 sing-sang-sung, ring-rang-rung, begin-began-begun처럼 비슷한 모음 변화가 있는 동사를 묶고 keep-kept, sleep-slept, feel-felt, deal-dealt처럼 -t 과거형을 묶고 cut-cut-cut, put-put-put, hit-hit-hit처럼 세 형태가 같은 동사를 묶으면 학습자는 불규칙 동사 안에서도 질서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사용 빈도가 높은 동사부터 익히면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 go, come, get, make, take, give, see, know, think, say, tell, write, speak, read 같은 동사는 일상 영어에서 매우 자주 쓰이므로 먼저 확실히 익히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역사적 설명을 짧게 곁들여 “이것은 예외니까 외워라”보다 “이 동사들은 과거에 모음 변화로 시제를 표시하던 오래된 방식의 흔적이다”라고 설명하면 학생은 불규칙 동사를 납득 가능한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영어교육에서 역사적 설명은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않지만 이유가 보이면 암기의 기억은 더 오래 간다.
불규칙성은 영어의 약점일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습자에게 영어의 동사 변화와 명사 복수형은 영어의 불규칙성으로 학습자에게 부담이 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불규칙성이 영어의 약점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불규칙성은 영어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변화와 접촉을 겪어 왔다는 역사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완벽하게 정리된 수학 공식처럼 존재하지 않고 언어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바꾸고 보존하고 단순화하고 다시 복잡하게 만드는 사회적 산물로 역시 영어도 여기에 포함된다. 규칙동사와 불규칙동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은 영어가 한 번에 설계된 언어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언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관점은 불규칙 동사는 학습을 방해하는 불필요한 예외가 아니라 영어의 오래된 뼈대를 보여주는 창으로 인식될 수 있고 외워야하는 상황에서도 안에 어떤 역사적 질서가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영어를 이해하는 깊이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된다.
결국 영어 불규칙 동사는 정말 불규칙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현대 영어의 일반 규칙에서 본다면 영어는 불규칙하지만 영어사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불규칙하지 않다.
정리
영어의 불규칙 동사는 현대 학습자에게는 예외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게르만어의 약변화와 강변화 구분에서 비롯된 오래된 체계의 흔적이다. -ed를 붙이는 규칙동사는 치음 어미를 사용하는 약변화 동사의 흐름을 이어받은 것이고 sing-sang-sung이나 write-wrote-written처럼 모음이 바뀌는 동사는 강변화 동사의 흔적을 보존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불규칙 동사는 아무 규칙도 없는 혼란스러운 목록이 아니다. 많은 형태들이 오래된 소리 변화와 모음교체, 사용 빈도, 유추의 결과로 현재까지 남아 있어 영어교육에서 불규칙 동사를 무조건 외우게 하기보다 비슷한 변화 패턴으로 묶고 역사적 배경을 짧게 설명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다. 영어의 불규칙성은 영어의 약점이면서 동시에 영어가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언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음 글 안내
다음 글에서는 그림의 법칙을 중심으로 영어 고유어와 라틴어·그리스어 차용어 사이의 숨은 관계를 살펴본다. foot과 pedal, tooth와 dental처럼 겉으로는 전혀 달라 보이는 단어들이 어떻게 같은 인도-유럽어적 뿌리와 연결되는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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