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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텍스트는 왜 문화적 메시지를 담는가

📑 목차

    영어교육 텍스트와 문화적 메시지

    — 미국문화론 시리즈 39

    영어 교재를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화문, 단어, 문법 설명, 그림, 듣기 활동, 읽기 지문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한 중립적인 도구처럼 보인다. 학생은 표현을 익히고 교사는 문장을 설명하며 시험은 정답을 확인한다. 그러나 영어교육 텍스트는 단순히 언어 형식만 전달하지 않으며 교재 속 인물은 누구인지, 어떤 나라와 도시가 등장하는지, 어떤 가족 형태가 자연스럽게 제시되는지, 어떤 직업과 생활양식이 이상적으로 보이는지, 어떤 문화는 중심에 있고 어떤 문화는 주변에 머무는지가 모두 학습자의 세계 이해에 영향을 준다.

    영어 교재는 언어 자료이면서 동시에 문화 자료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주문하기”라는 단원은 단순히 주문 표현을 배우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특정한 식문화, 서비스 관계, 예의 표현, 소비 방식이 함께 들어 있다. 또한 “가족 소개하기”라는 단원은 가족 구성원 명칭을 익히는 활동처럼 보이지만 어떤 가족 형태를 정상으로 보여주는지 부모와 자녀의 역할을 어떻게 묘사하는, 성별 역할을 어떻게 배치하는지를 통해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행 계획 세우기”라는 단원도 단순한 미래 표현 학습이 아니라 어떤 국가와 도시가 매력적 대상으로 등장하는지에 따라 세계의 위계를 은근히 구성한다.

    앞선 글 「상호문화적 의사소통은 왜 영어 사용에서 중요한가 — 미국문화론 시리즈 38」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어 의사소통은 문법과 어휘만으로 이루어진것이 아닌 문화적 맥락, 관계, 예의, 침묵, 직접성과 간접성의 기준을 함께 사용한다. 그렇다면 영어교육 텍스트 역시 이러한 문화적 맥락을 피할 수 없다. 교재는 학생에게 어떤 표현을 가르치는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 그 표현이 자연스럽고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을 함께 제시한다.

    영어 교재는 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닌가

    교재는 보통 객관적인 학습 자료처럼 보인다. 문법은 규칙이고 단어는 의미이며 대화문은 실제 상황을 연습하기 위한 예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는 어떤 주제를 넣을 것인지, 어떤 인물을 등장시킬 것인지, 어떤 사진과 삽화를 사용할 것인지, 어떤 나라와 문화가 반복적으로 등장할 것인지, 어떤 억양과 발음을 듣기 자료로 제시할 것인지는 언제나 선택이 들어간다.

    이 선택은 특정 교육 철학, 시장의 요구, 시험 제도, 출판사의 전략, 교사의 사용 편의성, 학습자의 기대, 국가 교육과정의 방향 속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교재는 단순히 영어 지식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어떤 영어가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지, 어떤 문화가 학습할 만한 문화로 인정받는지, 어떤 학습자가 이상적인 학습자로 상상되는지를 보여주는 매체이다.

    예를 들어 어떤 교재가 미국과 영국의 도시, 명절, 음식, 학교생활만 반복해서 보여준다면 학생은 영어를 자연스럽게 미국·영국 문화와 연결하게 된다. 물론 미국과 영국 문화는 영어 교육에서 중요한 내용이다. 문제는 그것이 유일한 문화처럼 제시될 때이다. 영어가 국제어로 사용되는 시대에 영어 사용자는 미국인과 영국인 에게 국한되게 내용을 배운다면 인도인, 싱가포르인, 필리핀인, 나이지리아인, 한국인, 일본인, 독일인, 브라질인도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에서영어의 실제 사용 현실은 축소된다.

    또한 교재는 무엇을 정상으로 보이게 하는지도 결정한다. 교재 속 가족이 항상 중산층 핵가족이고 직업인이 항상 깔끔한 사무직이며 여행지는 항상 서구 대도시이고 영어 사용자는 항상 표준 발음을 가진 백인 원어민이라면 학생은 무의식적으로 특정한 삶의 방식과 문화적 이미지를 영어의 정상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어 교재는 결코 완전히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다.

    교재 속 문화는 어떻게 학습자의 세계관을 만든다

    영어 교육 텍스트는교재를 통해 단어와 문장을 배우지만 동시에 어떤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등장하는지, 어떤 문화가 세련되고 보편적인 것으로 표현되는지, 어떤 문화가 이국적이거나 주변적인 것으로만 다루어지는지도 함께배우며 학생에게 세계를 분류하는 방식을 가르친다. 

    예를 들어 교재 속에서 영어권 국가는 늘 선진적이고 깨끗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제시되지만 학습자의 자국 문화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면 학생은 영어를 배우는 일이 곧 더 우월한 문화에 가까워지는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교재가 학습자의 문화와 다른 문화들을 균형 있게 다룬다면 학생은 영어를 자기 문화를 지우는 언어가 아니라 자기 문화를 설명하는 언어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은 한국 영어교육에서도 한국 학생이 영어를 배울 때 미국식 학교생활, 영국식 식문화, 서구 명절, 해외여행 장면만 반복해서 접한다면 영어는 늘 외부 세계의 언어로 남는다. 그러나 한국의 음식, 지역, 역사, 학교문화, 가족문화, 사회문제를 영어로 설명하는 활동이 함께 들어간다면 영어는 학생 자신의 삶과 연결된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학생을 특정 영어권 문화의 모방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주체로 기르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는 학습자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교재 속에 자신의 문화와 비슷한 경험이 등장하지 않는 학생은 자신이 영어 학습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문화가 존중받는 방식으로 등장하면 학생은 영어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설명할 언어를 얻는 일이기도 하다.

    원어민 문화 중심 교재는 어떤 한계를 갖는가

    전통적인 영어교육에서는 미국과 영국의 문화가 영어 학습의 중심 배경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과 영국은 영어권의 대표적 국가이고 영어의 표준 발음과 문법, 주요 문학과 대중문화, 국제 시험과 교재 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영어를 배우는 학생이 미국과 영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원어민 문화 중심 교재에는 한계가 있다.

    첫째, 영어의 소유권을 지나치게 좁게 만든다.

    영어가 미국인과 영국인의 언어로만 제시되면 비원어민 학습자는 영어의 주체가 아니라 외부 기준을 따라가야 하는 사람으로 위치가 지어진다. 학생은 자신의 영어를 늘 부족한 것으로 느끼고 원어민에게 가까워지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게 된다.

    둘째, 영어 사용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오늘날 영어 의사소통의 상당 부분은 원어민과 비원어민 사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모국어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한국인이 인도인과 회의하고 일본인이 싱가포르인과 협업하며 독일인과 브라질인이 영어로 연구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미국 문화 지식만이 아니다. 다양한 억양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기대를 조정하며 명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셋째, 문화적 위계를 만들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문화만 반복적으로 세련되고 표준적인 것으로 제시되면 다른 문화는 주변적이거나 예외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학습자의 자국 문화가 교재 속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단순한 전통문화 소개에만 머문다면 학생은 자신의 문화가 영어로 표현할 만한 현대적 주제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영어 교재는 원어민 문화를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유일한 중심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미국과 영국 문화는 중요한 학습 내용이지만 국제 영어 시대의 교재는 그것을 더 넓은 문화적 장 안에 배치해야 한다. 영어는 특정 국가의 문화를 흡수하기 위한 언어가 아니라, 여러 문화가 서로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Source Culture, Target Culture, International Culture의 균형

    영어교육 텍스트에서 문화는 크게 세 방향으로 제시될 수 있다.

    첫째는 source culture, 즉 학습자의 자국 문화이다.

    한국 학생에게는 한국의 문화, 사회, 역사, 일상, 학교생활, 가족관계, 음식, 지역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target culture, 즉 영어권 중심 문화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전통적 영어권 국가의 문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international target culture, 즉 세계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이다.

    영어가 국제어로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이 세 가지 문화가 균형 있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Source culture가 중요한 이유는 학습자가 영어를 자신의 삶과 연결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학생은 영어로 외국 문화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문화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명절, 음식, 교육, 지역사회, 대중문화, 사회문제를 영어로 말할 수 있을 때 영어는 외부 세계를 따라가는 언어가 아니라 자기 경험을 세계와 연결하는 언어가 된다.

    Target culture도 중요하다. 영어는 역사적으로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영어권 사회에서 발전해 왔고 영어권 문화의 역사와 제도, 문학과 대중문화는 영어 표현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식 토론 문화, 영국식 유머, 영어권 학교와 직장 문화, 영어권 미디어의 표현 방식은 영어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명실상부하나 다만 target culture가 지나치게 중심이 되면 영어는 원어민 문화의 소유물처럼 보일 수 있다.

    International culture는 영어가 실제로 국제어로 사용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학생들은 영어를 통해 미국인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난다. 따라서 교재에는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나이지리아, 브라질, 독일, 일본, 한국 등 다양한 영어 사용자와 문화적 장면이 포함되어야 학생은 영어가 하나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전달되는 언어가 아니, 여러 문화가 함께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라는 사실을 배운다.

    영어교육 텍스트는 어떤 다양성을 보여주어야 하는가

    영어교육 텍스트가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여러 나라의 국기나 전통 의상을 넣는다는 뜻이 아니다.

    다양성은 더 깊은 수준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첫째, 언어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교재는 다양한 영어 억양과 사용 방식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듣기 자료가 미국식 또는 영국식 표준 발음으로만 구성된다면 학생은 다른 영어를 만났을 때 쉽게 당황할 수 있다.

    둘째, 사회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교재 속 인물은 다양한 인종, 계층, 직업, 연령, 가족 형태, 지역 배경을 가질 수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 교재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줄 때, 학생은 영어를 더 현실적인 사회적 언어로 이해하게 된다.

    셋째, 문화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문화는 명절과 음식만이 아니다. 의사소통 방식, 가치관, 시간 개념, 관계 맺기, 예의 표현, 갈등 해결 방식도 문화이다. 교재가 이러한 차이를 실제 대화와 활동 속에서 다룰 때 학생은 상호문화적 의사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넷째, 관점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같은 사건이나 주제도 서로 다른 문화적 위치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경 문제, 이민, 기술, 가족, 교육, 노동, 인권과 같은 주제는 여러 사회에서 다르게 경험된다. 교재가 하나의 정답만 제시하지 않고 여러 관점을 비교하게 한다면, 학생은 영어를 사고와 토론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교재의 삽화와 사진은 왜 중요한가

    영어 교재에서 삽화와 사진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시각 자료는 학생이 텍스트를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특정한 문화적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어떤 사람이 성공한 직업인처럼 보이는지, 어떤 도시가 현대적 공간으로 묘사되는지, 어떤 가족이 행복한 가족으로 그려지는지, 어떤 문화가 전통적이고 이국적인 장면으로만 소비되는지는 모두 시각 자료를 통해 전달된다.

    특히 어린 학습자에게 시각 이미지는 강력하다. 학생은 글을 자세히 분석하지 않아도 이미지를 통해 누가 중심 인물인지, 어떤 생활방식이 긍정적으로 보이는지, 어떤 문화가 낯선 대상으로 묘사되는지 빠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교재의 그림과 사진은 교육적으로 신중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문화권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특정 집단은 항상 전통 의상을 입고 축제를 하는 모습으로만 나오고 다른 집단은 현대적 직업인이나 과학자, 학생, 리더로 등장한다면 그 자체가 위계를 만들 수 있다. 어떤 문화는 과거와 전통의 이미지로 고정되고 어떤 문화는 현재와 미래의 이미지로 제시되는 것이다.

    좋은 영어 교육 텍스트는 시각 자료에서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현대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해야 하며 학습자의 자국 문화도 단순한 전통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적 삶의 일부로 표현되어야 한다. 교재의 이미지는 학습자의 세계관을 만드는 조용한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 교재와 권력의 문제

    영어 교육 텍스트를 분석할 때 권력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영어는 세계적으로 강력한 언어이고 영어 교재 산업은 거대한 시장을 형성해 왔다. 어떤 교재가 세계적으로 사용되는가? 어떤 영어가 표준으로 제시되는가? 어떤 문화가 교재의 중심에 놓이는가? 는 단순한 교육적 선택만이 아니라 경제적·문화적 권력과도 연결된다.

    영어가 국제어가 되면서 영어 교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된다. 그런데 글로벌 교재가 모든 학습자의 문화적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기는 어려워서 교재는 종종 특정한 세계관을 보편적인 것으로 제시한다. 소비 중심의 중산층 생활, 서구 도시의 일상, 개인의 선택과 자기표현을 강조하는 가치가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반복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학습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전제를 포함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제가 “영어를 배우는 데 필요한 자연스러운 배경”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학생이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도 특정 문화적 가치도 함께 내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은 영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다른 문화가 보편적 기준으로 제시되고 학습자의 문화가 주변화된다면 영어교육은 문화적 불평등을 재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영어 교재는 권력의 문제를 의식해야 한다. 어떤 문화가 중심에 있는지, 어떤 집단이 말하는 주체로 등장하는지, 어떤 문화가 설명의 대상이 되는지, 어떤 영어가 정상으로 인정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영어교육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교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재가 전달하는 문화적 메시지를 더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상호문화성을 반영한 영어교육 텍스트는 어떤 모습인가

    상호문화성을 반영한 영어교육 텍스트는 단순히 다양한 나라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학습자가 문화 차이를 해석하고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며 오류를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재는 대화문, 읽기 자료, 활동, 그림, 듣기 자료, 프로젝트 과제에서 모두 문화적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미국의 추수감사절을 읽고 문제를 풀기”보다 “각 문화권에서 가족과 감사의 의미가 어떻게 표현되는지 비교하기”가 더 상호문화적이다. 단순히 “영국식 식사 예절을 배우기”보다, “식사 자리에서 예의와 배려가 문화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토론하기”가 더 깊은 학습을 만든다. 단순히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보다 “상대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설명 방식을 조정하기”가 더 실제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준다.

    상호문화적 교재는 학습자에게 정답 하나를 주기보다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표현은 어떤 문화에서 공손하게 들리고 다른 문화에서는 지나치게 거리감 있게 들리는가?

    왜 어떤 사람은 직접적인 의견 표현을 선호하고 다른 사람은 간접적인 표현을 선호하는가?

    왜 같은 영어 표현도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가?

    이런 질문은 학생이 영어를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문화적 사고의 도구로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상호문화적 텍스트는 학습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다룬다. 학생이 자신의 문화와 경험을 영어로 설명하고 다른 학생의 경험과 비교하여 차이를 평가가 아니라 이해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영어교육은 특정 문화에 동화되는 훈련이 아니라, 여러 문화 사이에서 의미를 만들어 가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영어교육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

    영어교육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교재 안에 들어 있는 언어적·문화적 선택을 의식적으로 살펴보자는 뜻이다. 어떤 주제가 반복되는지, 어떤 문화가 중심에 있는지, 어떤 인물이 말하는 주체로 등장하는지, 어떤 가치가 자연스럽게 긍정되는지, 어떤 집단이 보이지 않는지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교재를 그대로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재를 학습자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조정하는 사람이다. 교재가 미국과 영국 문화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교사는 한국 문화와 다른 국제적 사례를 보완하여 가르치고 특정 가족 형태나 직업 이미지만 반복한다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추가로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교재가 원어민 발음만 제공한다면 다양한 영어 억양을 준비하여 교수할 수 있다.

    학생에게도 비판적 읽기는 필요하다. 학생은 교재 속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왜 이런 장면이 제시되었는지, 다른 문화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지, 자신의 경험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영어 학습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영어를 더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학습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영어교육 텍스트는 완벽할 수 없다. 어떤 교재도 모든 문화와 모든 학습자의 경험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교재가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수업 안에서 그 한계를 보완하며, 학생이 다양한 문화적 관점을 영어로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교재는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미국문화론에서 영어교육 텍스트를 읽는 의미

    미국문화론에서 영어교육 텍스트를 읽는 일은 영어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영어권 문화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해 왔는지, 그리고 그 영향력이 교육을 통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미국 영어와 미국 문화는 영화, 음악, 인터넷, 학문, 비즈니스, 교재 산업을 통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영어 교재 속 미국의 이미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미국 문화가 세계에 전달되는 방식 중 하나이다.

    그러나 미국문화론의 관점은 미국 문화를 무조건 중심에 놓지 않는다. 이 시리즈에서 계속 살펴본 것처럼 미국 문화는 자유와 평등, 기회와 민주주의를 말해 왔지만 동시에 배제와 차별, 권력과 불평등의 역사와 함께 형성되었다. 영어 교육 텍스트도 마찬가지로 영어는 세계와 연결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특정 문화의 기준을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 위험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어교육 텍스트를 분석할 때는 미국 문화의 영향력과 한계를 함께 보아야 한다. 미국 영어는 중요한 학습 자원이지만 그것이 모든 영어 사용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며 미국 문화는 중요한 이해 대상이지만 그것이 모든 문화적 적절성의 표준은 아니다. 영어가 국제어라면 영어교육 텍스트도 다중의 문화와 다양한 영어 사용자를 담아야 한다.

    결국 영어교육 텍스트는 작은 교실 안에서 세계 질서를 보여주는 매체이다. 어떤 문화가 중심에 있고 어떤 문화가 주변에 있는지, 어떤 영어가 권위를 얻고 어떤 영어가 오류로 처리되는지, 학생이 자신의 문화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모두 미국문화론과 연결된다. 영어 교재를 읽는 일은 곧 영어를 둘러싼 문화적 권력과 가능성을 읽는 일이다.

    정리

    영어교육 텍스트는 단순히 문법과 어휘를 전달하는 중립적 자료가 아니다. 교재 속 인물, 장소, 대화 상황, 삽화, 사진, 듣기 자료, 문화 설명은 모두 학습자에게 특정한 세계관과 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떤 문화가 중심에 놓이고 어떤 문화가 보이지 않는지, 어떤 영어가 표준으로 제시되고 어떤 영어가 주변화되는지는 영어 학습자의 정체성과 세계 이해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World Englishes와 상호문화성의 시대에 영어교육 텍스트는 미국과 영국 중심의 target culture만이 아니라 학습자의 source culture와 다양한 international culture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 영어는 특정 문화로 동화되는 도구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고 조정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영어교육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 일은 영어교육의 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더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문화적 의사소통의 도구로 만드는 과정이다.

    다음 글 안내

    다음 글에서는 동화가 왜 영어교육에서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가 되는지 살펴본다. 특히 「빨간 모자」와 「아기 돼지 삼형제」가 단순한 어린이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별 도덕관, 젠더 규범, 권력관계, 문화적 재해석을 담는 텍스트라는 점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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