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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철자의 고착과 교육 제도의 탄생: 왜 잘못된 표기가 교실에서 표준이 되었는가

📑 목차

     

    언어의 표기 체계는 단순히 문자로 소리를 기록하는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한 사회가 언어를 제도화하고 통제하며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로 기능하며, 특히 영어의 철자 체계가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된 이유는 교육 제도의 형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어 철자는 발음과 일치하지 않는 수많은 요소들, 즉 침묵 문자, 게르만적·로망스적 규칙의 충돌, 대모음추이 이후 발음 변화와 철자 고정의 시간차, 인쇄술 도입 이후의 표준화 압력 등으로 인해 이미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이러한 혼란이 언어 공동체 내부에서 문제로 인식되기보다는 “표준”으로 수용된 데에는 교육 제도의 발전과 국가 관료조직의 확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글은 영어 철자가 왜 잘못된 상태 그대로 학교 교육의 표준이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사회적·정치적·문화적 힘이 작용했는지, 그리고 교육 제도가 어떻게 혼란스러운 철자 구조를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한다.

     

    영어 철자가 본격적으로 고착되기 시작한 시기를 살펴보면, 인쇄술의 도입과 교육 제도의 발전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인쇄술은 15세기 후반 영국에 도입된 이후, 단어 표기 방식의 대량 복제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손으로 작성된 필경본이 아니라 인쇄된 문서를 통해 단어의 철자 형태를 접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철자의 규칙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형성했고, 사람들은 철자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새로운 관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쇄술이 등장했을 때 영어 발음은 이미 중세 영어에서 근대 영어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었고, 철자는 이 변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철자는 중세 발음을 그대로 반영한 형태로 고정되었고, 인쇄공들의 실수나 임의적 선택이 표준처럼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영어 철자의 고착과 교육 제도의 탄생
    영어 철자의 고착과 교육 제도의 탄생

     

    이 지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인쇄술이 ‘바른 철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당시 인쇄공이 알고 있던 철자’를 그대로 대량 복사했다는 점이다. 인쇄공들은 정식 교육을 받은 문법 전문가가 아니었고,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다양한 지역 출신 기술자들이 영국에서 인쇄업에 종사하면서 자신들의 언어적 감각을 철자 선택에 반영했다. 이 과정에서 철자는 일관성을 잃었고, 영어 단어들은 서로 다른 인쇄소에서 서로 다른 철자를 사용했다. 그러나 인쇄된 문서가 국가 문서·종교 문서·교육 자료로 사용되면서, 특정 인쇄소의 철자가 ‘표준 철자’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기묘한 역사가 전개되었다.

     

    철자의 고착 과정은 영국 종교개혁 시기를 지나면서 더욱 강력한 제도적 힘을 얻게 되었다. 국가 권력이 교회를 장악하고,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배포하는 과정에서 영어 철자는 종교적 권위를 얻게 되었고, 특정 철자 형태는 문학적·신학적·국가적 권위가 부여된 형태로 자리 잡았다. 킹 제임스 성경(1611년)은 이 철자 고착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문서 중 하나였다. 이 성경은 인쇄술의 영향력과 국가 권력이 결합한 결과물이었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동일한 철자 형태를 강제로 노출시켰다. 한 번 인쇄된 철자가 종교적 텍스트를 통해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전달되면서, 철자는 더 이상 수정되기 어려운 신성한 표기처럼 인식되었다.

     

    18세기에 들어서면 사전과 문법서가 등장하며 철자의 표준화가 교육 제도와 강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사전 편찬자들은 인쇄된 문서에서 널리 사용된 철자를 표준으로 삼았고, 문법서 역시 같은 철자를 교육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이 사전과 문법서의 기준이 ‘옳은 철자’가 아니라 ‘널리 퍼진 철자’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사무엘 존슨의 사전은 영어 철자를 표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존슨 자신이 철자의 과학적 원리를 따르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존 인쇄물에서 널리 보급된 철자를 단순히 수용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영어 철자는 체계적이지 않은 상태로 표준화되었고, 이 표준은 교육 시스템을 통해 사회 전체에 확산되었다.

     

    영어 철자 교육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된 시점은 산업혁명 이후였다. 대규모 공장 노동을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에서는 국가가 문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했으며, 노동자 계층을 교육하기 위한 공립학교 체계가 만들어졌다. 공립학교는 철자를 ‘올바른 언어 사용의 기준’으로 제시했고, 학생들은 철자를 맞게 쓰는 것이 읽기와 쓰기의 기본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이 철자는 이미 게르만적·로망스적 전통이 섞여 만들어진 혼종 구조였으며, 발음 변화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고착된 문자 체계였다. 즉 교육 제도는 ‘잘못된 철자’를 가르치는 구조를 만들었고, 학생들은 그 철자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발음 변화를 거쳤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배우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암기를 강요받았다.

     

    영어 철자가 비합리적임에도 교육 제도가 그 철자를 정당화한 이유는 몇 가지 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문자 보존은 국가 통치에서 매우 중요한 기능을 가진다. 문서, 법령, 행정 기록, 의학·과학 논문, 종교 텍스트 등이 철자를 바꿀 경우 국가 차원의 혼란이 발생한다. 정부는 언어 개혁보다 행정 안정성을 우선시하며, 고착된 철자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적은 비용과 혼란을 발생시킨다고 판단하게 된다.

     

    둘째, 영어는 이미 17~18세기에 국제적 언어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미국 독립 이후 영어는 새로운 국가들의 법령·교육·기술 문서를 작성하는 데 사용되었고, 다양한 지역에서 철자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철자를 바꾸면 국가 간 의사소통에 큰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계적 확장 속에서 철자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셋째, 인쇄술 중심의 문해력 교육은 문자에 권위를 부여하고, 발음보다 철자를 중심으로 언어를 이해하도록 강제하는 경향을 낳았다. 학생들은 철자를 정확히 외우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라고 배웠고, 선생은 잘못된 철자를 고칠 권위를 가진 존재로 자리 잡았다. 철자는 문자 자체의 가치 때문에 보존되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발음 변화가 철자 체계에 반영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넷째, 사전 제작과 시험 제도는 철자를 더욱 절대적인 규칙으로 만들었다. 대학 입학 시험, 공무원 시험, 교사 자격 시험 등에서 철자 규정이 평가 기준이 되면서, 잘못된 철자라도 표준으로 쓰지 않으면 ‘오답’이 되었다. 이는 철자 구조의 역사적 원리를 몰라도 시험에 합격할 수 있으며, 철자의 기원보다 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육적 신념을 강화했다.

     

    영어 교육 제도가 철자를 중심으로 언어를 표준화하면서, 영어에서 발음과 철자의 괴리는 점점 더 구조화되었고, 이러한 괴리는 언어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교육 제도의 선택과 국가적 필요가 반영된 결과였다. 철자는 더 복잡해졌고, 발음은 더 단순해졌으며, 이 간극은 시간과 함께 더욱 벌어졌다. 영어 철자의 혼란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사람들은 이 구조를 ‘정상적인 영어’라고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되었다.

     

    영어 철자 개혁은 여러 차례 시도되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19세기에는 철자를 발음대로 바꾸기 위한 개혁 운동이 있었지만,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이미 커져 있었고, 지역마다 다른 철자 개혁안이 등장하면서 통일된 개혁이 불가능했다. 또한 출판업계·교육계·정치권은 철자 개혁이 가져올 혼란을 우려하며 반대했고, 개혁은 점점 힘을 잃었다.

     

    그 결과 영어 철자는 잘못된 형태 그대로 오늘날까지 이어졌으며, 교육 제도는 이 철자를 ‘표준’, ‘정답’, ‘규범’으로 가르치며 그 구조를 영속화했다. 사람들은 철자의 역사적 배경을 알지 못한 채 외워야 했고, 이 과정에서 영어 철자 체계는 ‘난이도’라는 가치를 획득하며 문해력 계층을 구분하는 사회적 장치가 되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면, 영어 철자가 잘못된 표기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 이유는 우연도, 무지의 결과도 아니다. 그것은 발음 변화와 철자 고정의 시간차, 인쇄술의 표준화 압력, 프랑스어·라틴어의 영향, 교육 제도와 국가 행정 구조의 보수적 성향이 서로 결합해 만들어낸 복합적 결과이다. 교육 제도는 이러한 언어적 혼란을 교정하지 않고 그대로 ‘가르치는 것’으로 표준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표준을 논리적·합리적인 규칙이라고 받아들이며 세대를 넘어 전승했다. 영어 철자는 이렇게 형성된 하나의 ‘역사적 결정체’이며, 그 비합리성은 영어라는 언어가 걸어온 길을 증명하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