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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만들어낸 방식

📑 목차

    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만들어낸 방식- 사실, 증거, 중립성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언어 구조가 되었는가와 관련한 이미지 생성
    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만들어낸 방식- 사실, 증거, 중립성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언어 구조가 되었는가와 관련한 이미지 생성

    - 사실, 증거, 중립성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언어 구조가 되었는가

    객관성은 발견이 아니라 문장 습관의 누적이다


    영어에서 객관성은 철학이 먼저 만들고 언어가 뒤따라 표현한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한 문장 형태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면서, 그 형태 자체가 신뢰와 중립의 인상을 생산해 온 결과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객관적 서술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태도로 이해하지만, 실제로 영어 문어체가 만들어낸 객관성은 화자의 위치를 문장 표면에서 지우고,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는 규칙을 문장 구조로 고정해 온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문어체는 단지 말을 글로 옮기는 기술이 아니다. 문어체는 어떤 정보를 ‘사실’로 분류할 것인지, 어떤 내용을 ‘견해’로 분리할 것인지, 어떤 말이 ‘증거’로 인정될 것인지의 기준을 내부에 갖고 있다. 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만들어냈다는 말은, 영어가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를 정당화하는 방식을 문장 안에 심어 놓았다는 뜻이다. 이 구조는 지식 생산과 제도 운영에 막대한 효율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무엇이 지식으로 보이고 무엇이 사적인 말로 밀려나는지를 결정하는 권력 장치로도 기능해 왔다.

    구어의 영어는 객관적 서술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초기 게르만어적 환경에서 언어는 상황 속에서 작동하는 행위였다. 말은 관계와 맥락에 기대었고, 발화는 종종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했다. 이런 환경에서 ‘객관적으로 말한다’는 발상은 필수적이지 않았다. 누가 말했는지,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 누구에게 말했는지가 의미 해석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구어는 화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며, 그 전제 자체가 문장을 주관적 행위로 만든다.

    객관적 서술이 가능해지려면 발화와 상황의 결속이 느슨해져야 한다. 글은 발화 순간의 표정과 억양, 관계의 압력, 현장의 공유 맥락을 떼어낸다. 이 분리 때문에 문어체는 화자를 문장에서 지우는 방향으로 발달하기 쉽다. 영어 문어체의 객관성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화자를 제거할수록 문장은 개인의 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정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주체 제거는 객관성의 첫 번째 엔진이다


    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말하는 주체를 문장의 전면에서 물리는 것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핵심 장치가 수동태, 비인칭 구문, 가주어 구조다. 이 장치들은 단지 스타일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책임과 판단의 위치를 화자에서 문장 구조로 옮긴다.

    수동태는 결과를 앞에 두고 행위자를 뒤로 보낸다. 행위자가 문장에 남더라도 by-구로 후순위화되거나 생략된다. 그 결과 독자는 “누가 했는가”보다 “무엇이 되었는가”를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 관찰과 보고의 문맥에서 이 구조는 특히 강하게 작동한다. 어떤 결과가 제시되면, 독자는 그것을 누군가의 판단으로 보기보다 세계의 속성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객관성은 이렇게 문장 안에서 행위자를 희미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비인칭 it과 there는 주체 제거를 더 정교하게 만든다. it is known, it is believed, it can be argued 같은 표현은 판단을 말하면서도 판단하는 사람을 문장 밖으로 밀어낸다. 독자는 ‘누가’ 알고 믿고 주장하는지보다, 그 내용이 이미 공적 영역에 등록된 정보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것은 사실의 정확도와는 별개로, 사실로 보이게 만드는 구조적 효과다.

    평가어를 줄이고 개념을 늘리는 방식이 중립성을 만든다


    영어 문어체가 객관성을 만든 두 번째 방법은 정서적 평가어를 줄이고, 개념적 표현을 늘리는 것이다. 구어는 감정과 태도가 어휘 선택에 쉽게 드러나지만, 문어체는 감정이 표면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위험 신호로 취급한다.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문장은 개인 의견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문어체는 평가적 형용사와 부사를 절제하고, 판단을 명사화와 추상화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명사화는 객관성의 핵심 기술이다. 어떤 사람이 ‘판단한다’는 동작은 judgement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그 순간 판단은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분석 가능한 대상처럼 보인다. ‘누가 어떻게 생각했다’가 아니라 ‘어떤 판단이 존재한다’로 바뀌면, 문장은 경험을 개념으로 바꾸고 개념을 제도화한다. 이는 정보 압축에 탁월하지만, 동시에 화자의 흔적을 흐리게 한다. 문장 속에서 목소리가 사라질수록 독자는 구조를 신뢰하게 되고, 그 신뢰가 객관성의 감각을 만든다.

    증거가 문장 안에 들어오는 순간, 사실은 형식이 된다


    영어 문어체에서 사실은 내용만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은 근거와 함께 제시될 때 사실로 작동한다. 영어는 이를 문장 구조로 고정해 왔다. 그래서 객관성은 단순히 ‘중립적으로 말한다’가 아니라, 증거가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연결되는지의 문제로 바뀐다.

    영어 문어체의 대표적 특징은 근거의 위치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주장 앞뒤로 근거가 배치되고, 원인-결과, 비교-대조, 범위-제한, 예외-조건이 연결 표현으로 체계화된다. therefore, thus, however, whereas, in contrast, according to 같은 신호어들은 내용의 참을 보장하지 않지만, 논증이 증거를 통해 진행된다는 인상을 만든다. 이 인상은 독자에게 문장을 ‘의견’이 아니라 ‘절차를 통과한 정보’로 읽게 만든다.

    이때 객관성은 세계를 더 정확히 반영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사실로 보이게 하는 절차가 문장 구조로 굳어졌기 때문에 생겨난다. 즉, 사실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구성된다.

    제도는 특정 문어체를 객관성의 표준으로 고정했다


    영어 문어체의 객관성이 강력해진 이유는 이 구조가 개인의 글쓰기 취향을 넘어 제도적 표준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과학 논문, 법률 문서, 행정 문서, 뉴스 보도는 유사한 문어체 규범을 공유하게 되었고, 그 규범은 객관성의 규칙처럼 굳어졌다. 형식이 비슷하면 내용도 신뢰할 만하다는 사회적 학습이 반복되면서, 특정 문장 구조는 중립성과 정확성의 상징이 된다.

    뉴스 문체는 특히 이를 잘 보여준다. 보도문은 기자의 목소리를 최소화하고 사건을 배열한다. 감정과 평가는 배제되거나 인용으로 처리된다. 독자는 기자가 ‘말한다’는 감각을 덜 느끼고, 정보가 ‘제시된다’는 감각을 더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 중립성은 실제로는 무엇을 앞에 두고 무엇을 뒤로 두는지,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지, 어떤 정보를 인용하는지 같은 편집 행위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다. 객관성은 비개입이 아니라 구조적 개입의 다른 이름이 된다.

    객관성은 은폐 기술이며, 동시에 생산 기술이다


    영어 문어체가 만든 객관성에는 양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정보 전달과 지식 공유에 엄청난 효율을 제공한다. 대규모 사회에서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공통의 담론 공간을 갖기 위해서는, 화자의 개인적 정서보다 구조화된 근거와 절차가 앞에 나오는 문체가 유리하다. 영어 문어체는 이런 요구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했고, 그 결과 현대 과학·기술·법·행정의 공용 언어가 될 수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 객관성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말하기 어려운지도 규정한다. 감정의 미묘한 결, 모순된 경험, 아직 정리되지 않은 직관은 문어체 규범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단순화되기 쉽다. 구조가 강해질수록 구조 밖의 경험은 말이 되기 어려워진다. 객관성은 진실의 보장 장치가 아니라, 특정한 형태의 진실을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시스템이 된다.

    또한 객관성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교육과 훈련을 요구한다. 이런 문어체 규범을 습득한 집단은 자신의 말을 공적 지식의 형식으로 포장할 수 있고, 규범에 익숙하지 않은 집단은 같은 내용을 말해도 ‘개인적 주장’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객관성이 형식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 형식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권력이 된다.

    영어 문어체의 객관성은 중립이 아니라 규율이다


    영어 문어체가 만든 객관성은 자연스러운 속성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선택과 제도적 고정의 결과다. 화자를 지우는 문장 구조, 평가를 줄이는 어휘 습관, 명사화와 추상화, 증거 연결 신호어의 체계, 수동태와 비인칭 구문의 축적이 결합되면서, 영어는 객관성을 태도가 아니라 문장 구조로 만들어 냈다.

    이 구조는 현대 사회에 필수적이다. 복잡한 정보를 압축해 공유하고, 대규모 협업을 가능하게 하며, 과학과 법, 행정과 뉴스가 작동하는 공통 기반을 제공한다. 동시에 이 구조는 생각의 경로를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어떤 경험은 말해지기 어렵게 만드는 규율이기도 하다. 영어 문어체의 객관성을 이해한다는 것은 영어를 잘 쓰는 법을 넘어서, 영어가 어떻게 사실과 증거와 중립성의 형태를 만들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객관성은 세계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영어 문어체는 그 거울을 만드는 제작 공정이며, 그 공정은 지식을 생산하는 기술이자, 무엇이 지식처럼 보일지를 결정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