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 글 목적: 말할 기회와 상호작용이 많아도 영어 말하기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TEFL 관점에서 설명
- 대상 독자: 그룹 활동·토의·발표를 자주 경험했지만 말하기 향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학습자 및 교사
- 글 성격: 활동 유형 소개가 아닌, 상호작용이 학습으로 전환되지 않는 구조를 분석하는 정보성 글
- 읽기 안내: 이 글은 “말할 기회를 늘리자”가 아니라 “왜 그 기회가 학습이 되지 않는가”를 다룬다

③ 말할 기회가 많은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 이유
영어 학습에서 말할 기회는 늘 중요한 조건으로 언급된다. 실제로 많은 수업과 학습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발화를 요구한다. 짝 활동, 소그룹 토의, 역할극, 프로젝트 발표까지 말할 기회는 충분해 보인다. 그래서 학습자와 교사는 자연스럽게 기대한다. 이렇게 말할 기회가 많으면 말하기 실력도 함께 늘 것이라고. 그러나 현실에서는 말할 기회가 많아도 실력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 현상은 말할 기회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말할 기회가 학습과 연결되지 않는 방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많은 학습 환경에서 말하기는 ‘활동 참여의 증거’로 기능한다. 학습자가 말했는지, 참여했는지가 중요해지고, 그 말이 학습자의 언어 체계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진다. 말하기는 과정이 아니라 체크 항목이 된다.
말할 기회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말하기가 대부분 즉각적인 수행으로만 요구되기 때문이다. 활동이 시작되면 학습자는 바로 말해야 한다. 준비 시간은 짧고, 멈추는 순간은 불편하게 여겨진다. 이 환경에서는 학습자가 자신의 언어 선택을 점검하거나 조정할 여유가 없다. 가장 빨리 떠오르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때 말하기는 연습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두 번째 이유는 상호작용 안에서 역할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그룹 활동에서는 자연스럽게 말이 많은 사람과 말이 적은 사람이 나뉜다. 이는 성격 차이라기보다 구조의 문제다. 누군가는 정리하고, 누군가는 듣고, 누군가는 최소한의 반응만 한다. 이런 역할 분담은 활동을 원활하게 만들지만, 언어 학습 측면에서는 특정 학습자에게만 말하기 부담이 집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분리는 굳어지고, 말할 기회는 실제로는 균등하지 않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말하기의 목표가 언어 사용이 아니라 과제 완수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많은 상호작용 활동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토의를 통해 결론을 내고, 문제를 해결하고, 발표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때 학습자는 가장 효율적인 언어를 선택한다. 이미 알고 있는 표현, 오류 가능성이 낮은 문장, 최소한의 발화로 과제를 끝내는 방식이 선호된다. 새로운 표현을 시도할 이유는 거의 없다.
상호작용이 학습으로 이어지려면 일정 수준의 불편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교실에서는 그 불편함이 빠르게 제거된다. 학습자가 막히면 교사가 개입하고, 침묵이 길어지면 활동이 조정된다. 이런 개입은 수업 흐름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학습자가 스스로 언어를 재구성할 시간을 줄인다. 상호작용은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언어 체계는 그대로 유지된다.
장기 학습자에게 이 구조는 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오랜 시간 영어를 배운 학습자는 이미 자신에게 안전한 말하기 전략을 갖고 있다. 짧은 대답, 모호한 표현, 상대의 말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은 상호작용에서 실패를 줄여주지만, 언어를 확장시키지 않는다. 말할 기회는 많아지지만, 사용하는 언어의 범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TEFL 관점에서는 그래서 말할 기회의 ‘양’보다 말하기가 요구되는 ‘조건’을 본다. 학습자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유도받는지, 말하기 중에 자신의 표현을 다시 생각할 여지가 있는지, 실패가 학습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인지가 더 중요하다. 말한 횟수 자체는 학습의 지표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말하기가 일어났는지가 핵심이다.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말할 기회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말하기가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활동은 늘어나지만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학습자는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지 않았다는 좌절을 반복하게 된다. 이 좌절은 다시 말하기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 핵심 요지: 말할 기회가 많아도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말하기가 선택을 바꾸는 경험으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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