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6.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은 무엇이 다른가

📑 목차

    이 글은 영어능력평가론 시리즈의 열여섯 번째 글이다. 앞선 글에서는 해석 중심 타당도 관점이 평가의 책임과 윤리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윤리적 논의가 왜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로 확장되는지, 그리고 두 개념이 평가 맥락에서 어떻게 구분되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다음 글에서는 평가 공정성이 실제 시험 설계와 운영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다룬다.

     

    평가에서 공정하다는 말은 자주 사용되지만, 그 의미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은 공정성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시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평가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동일함이 항상 공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특히 시험 결과가 개인의 교육 기회와 사회적 이동에 영향을 미칠 때, 공정성 논의는 형평성 문제로 확장된다. 이 글에서 필자는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왜 이 두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공정성은 규칙의 문제다

    평가에서 공정성은 기본적으로 규칙의 문제다. 공정한 평가는 동일한 규칙이 모든 응시자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시험 시간, 문항, 채점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될 때, 평가는 형식적 공정성을 갖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공정성은 절차적 개념이다. 시험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에서 실시되었다면, 평가는 공정하다고 인식된다. 이 기준은 평가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

    공정성이 충분하지 않은 이유

    그러나 절차적 공정성만으로 평가의 정당성이 항상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규칙이 적용되었더라도, 그 규칙이 모든 응시자에게 동일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언어 시험이 문화적 배경이나 교육 경험이 다른 집단에게 서로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경우 시험은 형식적으로는 공정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형평성 논의가 등장한다.

    형평성은 결과의 조건을 묻는다

    형평성은 공정성과 달리 결과가 만들어지는 조건에 주목한다. 형평성 관점에서는 평가가 서로 다른 출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질문한다. 형평성은 동일함보다 적절함을 중시한다.

    평가에서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것은 모든 응시자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지원이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관점은 공정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공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동일한 시험, 다른 부담

    평가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의 차이는 동일한 시험이 서로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때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언어 능력 외의 요소가 시험 수행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시험은 특정 집단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 문항에 포함된 문화적 맥락이나 배경 지식은 일부 응시자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응시자에게는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 시험은 규칙상 공정하지만, 형평성 측면에서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형평성은 특혜가 아니다

    형평성 논의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해는 형평성이 특혜를 의미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형평성은 특정 집단에 유리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형평성은 평가가 측정하려는 능력 외의 요인이 결과를 좌우하지 않도록 조건을 조정하는 개념이다.

    형평성 조치는 시험의 본질을 훼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험이 의도한 능력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한 장치다. 이 점에서 형평성은 타당도와도 깊이 연결된다.

    공정성과 형평성의 긴장 관계

    공정성과 형평성은 항상 조화롭게 공존하지 않는다. 동일한 규칙을 유지하려는 공정성 요구와, 서로 다른 조건을 고려하려는 형평성 요구는 때로 충돌한다.

    이 충돌은 평가 설계자에게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평가 설계자는 어느 수준까지 조건을 조정할 것인지, 그 조정이 시험의 목적과 타당도를 해치지 않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가치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

    평가 설계에서 형평성이 고려되는 지점

    형평성은 시험 내용뿐 아니라 시험 운영 전반에서 고려된다. 시험 접근성, 응시 환경, 시간 조정, 지원 도구 제공은 모두 형평성 논의의 일부다.

    이러한 요소는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험이 의도한 능력을 보다 순수하게 측정하기 위한 조건 조정이다. 형평성은 평가 결과의 의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형평성과 해석 중심 타당도의 연결

    형평성은 해석 중심 타당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시험 결과를 특정 능력의 지표로 해석하려면, 그 결과가 부당한 외적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험 결과는 해석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현대 타당도 논의에서는 형평성이 평가 품질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된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

    평가는 사회적 제도다. 사회는 평가가 공정하길 기대하는 동시에, 불합리한 차별을 재생산하지 않길 기대한다. 이 두 기대는 때로 충돌하지만, 평가 논의는 이 긴장을 외면할 수 없다.

    공정성과 형평성은 사회가 평가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평가가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두 기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평가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판단

    공정성과 형평성을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은 평가 전문가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평가 전문가는 규칙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결과의 왜곡 가능성을 인식해야 한다.

    이 역할은 단순한 기술 적용이 아니라, 평가가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한다. 공정성과 형평성의 균형은 평가 전문가의 판단력을 시험하는 영역이다.

    학습자 관점에서의 공정성과 형평성

    학습자에게 공정성과 형평성은 시험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학습자는 시험이 동일한 규칙을 적용했는지뿐 아니라, 그 규칙이 자신에게 부당하게 작용하지 않았는지를 함께 고려한다.

    형평성이 고려되지 않은 평가는 학습자에게 시험이 자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인식을 남길 수 있다. 이 인식은 학습 동기와 제도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이 글에서 필자는 평가에서 말하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무엇을 의미하며, 왜 이 두 개념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공정성은 규칙의 일관성을, 형평성은 결과의 조건을 묻는 개념이다. 평가가 사회적 도구로 사용되는 한, 이 두 기준은 모두 중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공정성 논의가 실제 시험 설계와 운영 단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평가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이 어떻게 다른 개념으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공정성 원칙이 시험 설계와 운영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인 형태로 구현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