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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불규칙 동사가 뒤섞인 이유: strong·weak verbs의 생존사

📑 목차

    영어에는 두 가지 과거형 시스템이 공존한다. 하나는 work–worked처럼 -ed를 붙이는 규칙 동사, 다른 하나는 sing–sang–sung처럼 형태가 크게 바뀌는 불규칙 동사다. 이 혼재는 “외워야 하는 예외 목록”이 아니라, 영어가 수천 년 동안 겪어온 동사 변화 체계의 재편이 남긴 흔적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강동사(strong verbs)는 오래된 모음교체 체계, 약동사(weak verbs)는 -d/-t로 과거를 만드는 혁신적 체계였고, 시간이 흐르며 영어는 두 체계를 “용도 분담” 형태로 유지하게 되었다.

    규칙·불규칙 동사가 뒤섞인 이유
    규칙·불규칙 동사가 뒤섞인 이유

    1) strong verb: ‘불규칙’이 아니라 원래 규칙이었던 시스템

    강동사는 게르만어의 핵심 동사 체계로, 과거형과 과거분사를 모음교체(ablaut)로 구분했다. sing–sang–sung, drive–drove–driven, write–wrote–written 같은 패턴은 무작위 변칙이 아니라, 게르만 조어 단계에서 이미 체계적으로 운영되던 방식이다. 고대 영어에서도 강동사는 여러 유형(전통적으로 7개 큰 계열)으로 분류되어, 일정한 패턴에 따라 시제를 만들었다. 당시 기준으로 강동사는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핵심 규칙이었다.

    2) weak verb: ‘새 동사’에 강한 -ed 시스템

    약동사는 강동사보다 후대에 확장된 체계로, 과거형을 치경음(-d/-t)을 붙여 만든다. 오늘날의 -ed는 바로 이 약동사 방식이 현대 영어의 표준으로 굳어진 결과다. 약동사 시스템의 강점은 명확하다.

    • 형태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다.
    • 새로 생긴 동사에 쉽게 적용된다.
    • 외래어 동사도 같은 틀에 넣기 쉽다.

    그래서 work–worked, love–loved 같은 동사뿐 아니라, 현대의 email–emailed, text–texted, google–googled 같은 신생 동사도 자연스럽게 이 규칙을 따른다.

    3) 왜 강동사는 줄고, 약동사가 ‘대세’가 되었나

    중세 영어로 넘어오며 강동사 체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동사가 유지되려면 모음 대비가 분명하고, 세대 간 발음 전달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중세 영어 시기에는 비강세 음절 약화, 모음 체계 변동, 이후의 대모음추이(Great Vowel Shift) 등으로 발음·모음 대비가 장기적으로 흔들렸다.
    이런 환경에서는 모음교체 패턴이 점점 “덜 선명하게” 들리게 되고, 화자 입장에선 더 예측 가능한 방식—즉 -ed 체계—로 옮겨가는 압력이 커진다. 그 결과 역사적으로 많은 강동사가 약동사로 규칙화되었다.

    4) 그런데 왜 어떤 강동사는 끝까지 살아남았나

    여기서 핵심 변수는 사용 빈도다.
    자주 쓰는 동사는 형태가 복잡해도 통째로 기억되기 쉽고, 그만큼 규칙화 압력에 저항한다. 반대로 덜 쓰이는 동사는 ‘통째 기억’의 이점이 약해지고, 예측 가능한 규칙(-ed)로 정리되기 쉽다.

    그래서 be, have, go 같은 극고빈도 동사는 끝까지 불규칙성을 유지했고, speak, give, write, take, fall, grow 같은 기본 동사들도 불규칙군에 남았다. 반면 사용 빈도가 낮아지거나 형태가 불안정해진 동사들은 역사적으로 규칙형으로 이동했다(예: help–holp처럼 과거형이 강동사였던 흔적이 사라진 경우).

    5) 노르만 정복·차용 동사가 ‘규칙 동사’를 늘린 이유

    노르만 정복 이후 영어는 프랑스어와 장기간 접촉하며 많은 동사를 받아들였다. 이런 차용 동사들은 강동사 패턴에 편입될 이유가 거의 없고, 형태적으로도 가장 단순한 방식인 약동사(-ed)로 정착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즉 외래 동사 유입은 단순한 어휘 증가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규칙 동사(약동사) 쪽의 저변을 더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6) 공존의 결론: “승자독식”이 아니라 기능 분업

    영어에서 규칙·불규칙 동사가 함께 남은 이유는 두 체계가 끝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 속에서 기능 분업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 불규칙(강동사 잔존): 인간의 기본 경험과 직결된 고빈도 핵심 동사에서 유지
    • 규칙(약동사 표준): 새로운 단어·차용어·신조 동사에 기본 적용되는 생산적 규칙

    이 구조는 “예외가 남아 있는 미완성 체계”가 아니라, 빈도(기억)와 생산성(규칙)이 공존하는 안정된 생태계에 가깝다.

    영어의 불규칙 동사는 무질서한 예외 목록이 아니라, 원래 게르만어의 규칙이었던 모음교체 체계(강동사)가 고빈도 핵심 동사 중심으로 살아남은 결과다. 반대로 규칙 동사의 -ed는 새 동사에 유리했던 약동사 체계가 영어의 표준 규칙으로 확장된 결과다. 결국 오늘날의 혼재는 영어가 단순히 “규칙을 만들다 만 언어”여서가 아니라, 기억에 강한 고빈도 동사생산성에 강한 규칙 체계가 각자의 장점을 유지한 채 공존해 온 역사적 산물이다

     

    이 글은 정보성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