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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서 전치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굴절 소실의 반작용

📑 목차

    굴절 소실의 반작용
    굴절 소실의 반작용


    영어가 다른 유럽 언어에 비해 전치사를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라는 사실은 영어 학습자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특징이다. 동일한 의미를 표현할 때 한국어나 일본어 같은 교착어뿐 아니라 독일어나 아이슬란드어처럼 굴절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는 언어들은 조사나 형태 변화를 통해 문장 내의 관계를 표시하지만, 영어는 거의 모든 문장 관계를 전치사와 어순을 통해 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가 게르만어족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게르만어족 내부에서조차 영어만큼 전치사가 폭발적으로 확장된 사례가 없다는 사실이다. 언어학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영어는 전치사 증가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며, 이러한 현상은 영어 문법 전체를 재구조화한 굴절 소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영어에서 전치사 사용 범위가 빠르게 확장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영어부터 근대 영어에 이르기까지 형태 변화가 어떻게 붕괴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대 영어는 굴절 중심 언어였고, 명사와 대명사는 주격, 목적격, 여격, 속격 등 다양한 격을 통해 문장 내의 역할을 나타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고대 영어에서는 단어 자체가 형태 변화로 기능을 드러냈기 때문에 전치사의 역할은 현재보다 훨씬 제한적이었다. 목적지나 방향, 도구, 수단, 상대를 나타내는 정보 대부분은 형태적 어미 또는 내부 자음 변화로 표시되었으며, 단어의 형태 자체가 문법 정보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문장 구성에서 전치사에 의존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고대 영어 말기부터 중세 영어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음운 약화는 이 구조를 심각하게 흔들었다. 비강세 음절의 모음 약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어미들이 동일한 모음으로 수렴했고, 그 결과 명사의 격 구별이 붕괴되었다. 어미의 상실은 곧 형태적 기능의 상실로 이어졌기 때문에 문장 내의 관계를 형태로 표시하던 방식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형태 변화 몇 개가 사라진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언어의 핵심 구조가 형태 중심에서 어순 중심으로 이동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변동 중 하나가 바로 기능어의 증가이고, 기능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가 전치사이다.

     

    중세 영어 시기에 일어난 전치사의 확장은 단순한 어휘 증가가 아니라 문장 구조 재편성의 일환이었다. 굴절이 사라지면서 명사 간의 관계가 모호해졌고, 이 관계를 명확하게 표시하기 위해 전치사가 새롭게 도입되거나 기존의 전치사가 새로운 기능을 맡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고대 영어에서 여격은 방향, 목적, 수혜를 나타내는 바탕이 되는 기능을 했지만, 여격이 붕괴된 이후에는 이러한 기능을 표현하기 위해 to, for 같은 전치사가 급격하게 확장되었다. 특히 to는 고대 영어 후기에 들어 부정형을 만들기 위한 부정사 표지로도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문장 내에서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전치사가 되었다.

     

    전치사의 폭발적 증가는 단순한 기능 확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중세 영어에서는 라틴어와 프랑스어의 영향이 강력하게 작용했고, 이 언어들로부터 차용된 전치사들이 영어의 문장 구조 속으로 흡수되면서 전치사의 수와 기능이 동시에 확대되었다. 라틴어 기반의 행정, 법률, 종교 텍스트는 by, except, despite, regarding, concerning 등과 같은 새로운 전치사 구조를 영어에 도입했고, 프랑스어는 영어의 전치사 체계에 about, across, against와 같은 단어의 쓰임새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영어가 단순히 언어 내부 변화뿐 아니라 외부 언어 접촉을 통해 전치사 기반 언어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근대 영어 이후 전치사 증가가 구조적으로 가속화된 이유는 영어의 통사 구조가 ‘분석적 언어’로 완전히 이동했기 때문이다. 굴절 중심 언어는 형태 변화로 문장의 관계를 표시하지만, 분석적 언어는 기능어와 어순을 통해 모든 관계를 구조화한다. 영어가 분석적 언어로 발전하면서 문장 내의 의미 관계는 전치사를 중심으로 재배분되었고, 전치사는 단순한 기능어가 아니라 문장 구조의 필수적 축이 되었다. 영어의 분석적 구조는 명사구의 역할을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명사구 간의 연결을 담당하는 전치사가 문장의 골격이 되었다. 예를 들어 in, on, at 같은 기본 전치사는 장소를 표시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문장의 개념적 중심을 구축하는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전치사 증가의 또 다른 이유는 영어의 어순 고착이다. 고대 영어는 굴절이 풍부했기 때문에 어순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그러나 형태가 사라지면서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어순을 고정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전치사는 어순을 조정하는 기능적 역할까지 부여받았다. 즉 전치사는 단순히 관계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어순의 제한을 보조하는 장치가 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전치사를 필수 요소로 만들었고, 새로운 의미나 관계가 등장할 때마다 전치사가 그 역할을 담당하게 만들었다.

     

    또한 근대 영어 시기 과학적 사고와 학술적 글쓰기의 확산은 전치사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학술적 문서는 추상적 관계를 표현할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관계는 전치사 없이는 충분히 표현할 수 없었다. 수학, 과학, 철학 텍스트에서는 by, through, under, within, beyond와 같은 전치사들이 의미 체계를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 필수적 도구가 되었으며, 이러한 기능은 학문이 세분화될수록 더욱 강화되었다. 전치사는 추상적 개념 구조를 문장으로 조직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고, 영어가 국제적 학문 언어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영어에서 전치사 사용이 눈에 띄게 확대된 이유는 설명할 때 꼭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영어의 표현 방식은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언어 외적 관계를 언어 내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는데, 이러한 경향은 전치사의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시간 관계, 원인 관계, 목적 관계, 조건 관계 등은 다른 언어에서 동사의 형태나 어미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영어는 almost entirely 전치사 혹은 전치사와 결합된 표현을 통해 이러한 의미를 표시한다. 예를 들어 because of, due to는 원인 관계를 표시하며, in order to는 목적 관계를 표현한다. 이러한 구조는 영어의 분석적 구조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변화의 결과였다.

     

    전치사의 증가가 문장 구조와 독해 방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영어는 전치사구가 문장의 의미 구조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되었으며, 전치사구가 문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문장은 더 길고 복잡해졌다. 이러한 구조는 영어의 논리적, 분석적 특성과 연결되며, 영어 문장의 철학적 기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영어 문장은 전치사구를 통해 의미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발전했고, 이는 영어 문장 분석에서 전치사구가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이다.

     

    영어 문법에서 전치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단순한 어휘 증가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필연적 결과였다. 굴절 소실은 문장의 기존 구조를 붕괴시켰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능어와 전치사가 확대되었으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는 어순 고착, 조동사 발달, 학술적 표현 확장 등 다른 통사적 변화와 결합해 영어만의 독특한 문장 구조를 형성했다. 즉 영어의 전치사 증가 현상은 언어 내부 변화와 외부 언어 접촉이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진 복합적 결과이며, 이 구조는 영어 문법의 핵심적 기반이 되었다.

     

    전치사 사용의 확대는 영어 문법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영어는 굴절 체계가 약화되면서 문장 내 관계를 형태 변화로 표시하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의미 관계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대안적 장치가 필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전치사는 명사구 사이의 관계를 조직하고, 문장의 의미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점차 넓혀 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어휘 증가라기보다, 영어가 분석적 언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법적 기능을 재배치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굴절 소실 이후 영어는 어순과 기능어에 더 많은 부담을 지게 되었고, 전치사는 그 중심에서 문장 구조를 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전치사구를 통해 시간, 공간, 원인, 목적, 조건과 같은 다양한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은 영어 문장이 의미를 구성하는 기본 틀로 정착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영어에서 전치사 사용이 두드러지게 확장된 현상은 언어 내부의 구조 변화와 외부 언어 접촉이 함께 작용한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영어가 굴절을 상실한 언어라는 점을 넘어서, 제한된 형태적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기능어 중심의 문법 체계를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치사를 중심으로 의미를 조직하는 방식은 영어 문법의 핵심적 특성 중 하나이며, 이러한 특성은 영어가 복잡한 관계를 비교적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로 기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정보성 글을 포함하고 있습니다.